수능 ‘정시 확대’가 과연 공정일까?
수험생들의 한 해 농사를 평가하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4주도 채 남지 않았다.
학벌주의의 풍토가 강한 대한민국 사회에서 대입은 매우 중요한 관문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렇기에 대입 개편안 과정에서 수능 위주 선발인 정시와 수능 외 다양한 기준과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별하는 수시의 비율을 두고 논쟁이 첨예하다.
최근에는 기회의 평등과 공정성을 근거로 정시 비율이 확대되는 추세다.
문재인 정부는 고교학점제를 추진하던 중 조국 당시 법무부장관 딸의
수시 입시비리 의혹이 제기되자 갑작스레 2019년 정시 비중을 40%까지 늘려 발표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28 대입 개편안’의 최종안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대선 후보 시절 공정한 대입제도를 만들겠다면서 “정시 비율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적어도 정시 비율이 축소될 일은 없는 상태다.
이러한 상황과 관련해 국민 여론도 비슷한데 2019년 10월 25일
CBS가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501명에게 물은 결과
수능 성적을 위주로 선발하는 정시 전형 확대에 ‘찬성한다’는 응답은 63.3%로
반대한다는 22.3%보다 3배가량 많았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 등에서 발견된 대입 폐단의 발로일 수 있다.
그러나 대안으로 내놓은 정시는 과연 공정할까.
기자는 되려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싶다.
우선 ‘공정한 경쟁’은 ‘누구나 자신의 노력만큼 해낼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그러나 빈부격차가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 출발선이 다른 건 모두가 아는
자명한 사실이 된 지금 그저 성적만으로 대학을 결정하는 것은 ‘형식적 평등’에 불가하다.
이는 부모의 문화·교육자본 역시도 경제력에 따라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오세정 전 서울대학교 총장은 6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는 정시 모집 비중을
40% 이상으로 늘렸다. 정시의 문제가 무엇인가. 돈이 많은 계층이 많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재수생 비중도 높다. 한마디로 ‘만들어진 인재’다. 이에 대해 ‘불복하자’고 고민했다”고 전했다.
쉽게 비유하면 ‘같은 나이대의 두 학생이 있다.
A학생의 경우 집안 환경이 불우해 알바하며 돈을 벌 때,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난 B는
어린 나이부터 사교육과 입시 컨설팅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정을호 의원이 서울대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시도별 신입생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정시 일반 신입생 중 강남3구 출신은 2022학년 221명, 2023학년 287명,
2024학년 304명으로 4명 중 1명을 차지하고 있다.
이 밖에도 국가장학금을 통해 전형별 소득 분포를 분석하면 내신 입학생 중 48.8%,
학종 입학생 중 45.3%, 수능 입학생 중 35.2%가 국가장학금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결국 수능이 고소득층 가정에 유리하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렇듯 수능은 겉으로는 모두가 같은 날과 시간, 공통 문제, 객관식 채점을 하기에 공정해 보이지만
실은 부의 대물림을 방증할 뿐이다.
그럼, 해법은 무엇일까. 미시적으로는 정시 비율의 하향 조정이 필수적이다.
또 선발 방법의 변화도 필요한데 정시에서도 내신 반영을 확대해야 한다.
거시적으로는 대학이 ‘학생선발 자율권’을 가져 원하는 전형들로 인재들을 수급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지난달 30일 이청용 한국은행 총재가 제시한 ‘지역별 비례선발제’도
논의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안들을 포함한 다양한 정책들이 공론화 돼야 한다.
교육은 국가의 미래와 운명이 좌지우지될 수 있을 만큼 중요해 ‘백년대계’라고도 불린다.
기성세대들이 자라나는 새싹이자 사회의 첫 발을 들이는 학생들에게만큼은
공정한 경쟁의 세상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